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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81

꽃을 피우듯 바람을 피우다 바람을 내보냄으로써 저기 다른 몸 위에 제 몸을 열어 온몸에 꽃을 피워내는 그러니까 바람을 피우는 일 아닌가! .. 정끝별 '바람을 피우다' 중에서 ​ 막힘과 맺힘 뚫어내고 비워내 바람이 들고 나는 몸 바람둥이와 수도사와 예술가의 몸이 가장 열려 있다고 했다 바람을 피우다 - 정끝별 ​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기공을 한다 했다 몸을 여는 일이라 했다 몸에 힘을 빼면 몸에 살이 풀리고 막힘과 맺힘 뚫어내고 비워내 바람이 들고 나는 몸 바람둥이와 수도사와 예술가의 몸이 가장 열려 있다고 했다 닿지 않는 곳에서 닿지 않는 곳으로 몸속 꽃눈을 끌어 올리고 다물지 못한 구멍에서 다문 구멍으로 몸속 잎눈을 끌어 올리고 가락을 타며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렇다면 바람둥이와 수도사와 예술가들이 하는 일이란 바람을 부리고 바.. 2023. 9. 26.
그대에게 가는 길, 안도현​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는 길' 중에서 그대에게 가는 길 - 안도현​ ​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 2023. 9. 24.
두견새가 되었다는 귀촉도 (서정주) - 귀촉도 설화 촉나라의 망제는 평소 자신이 신임했던 '별령'이라는 신하에게 배신을 당해 국외로 추방된다. 하루 아침에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난 그는 그만 화병을 얻어 타국에서 죽게 된다. 촉나라에서 쫓겨난 후 촉나라를 그리워 하다가 죽어서 새가 되었는데, 바로 그 새가 두견새라는 설화다. 사람들은 망제가 죽어서 귀촉도가 되었다고 믿었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 서정주 '귀촉도' 중에서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2023. 9. 20.
사랑해서 외로웠다,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 이정하 '사랑해서 외로웠다' 중에서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사랑해서 외로웠다 -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 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2023. 9. 16.
행복 - 유치환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유치환 '행복' 중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은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2023. 9. 13.
알 수 없는 인생 [사는 일] 나태주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 사는일, 나태주 시 중에서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살아가면서 .. 2023. 9. 12.
사랑을 유리병 속에 담아 둘까 - 문정희 사랑을 유리병 속에 담아 둘까 - 문정희 ​ 사랑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고독이라는 유리병 속에 담아 둘까 사랑은 너무나도 순간적이어서 마치 미세한 향기 같아서 그대와 자밋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연기처럼 피어올랐다가 이내 사라지기도 한다. 정략이 조금 개입된 결혼이 좋은 결혼이듯이 인생은 투명한 순도만으로는 오히려 부서지기 쉽듯이 사랑에도 약간의 허영과 가식이 섞여야 더욱 설레고 뜨거운 것일까 아낌없이 훌훌 태우되 모두 다 들여다보진 말 것 거기엔 뜻하지 않게도 화상 같은 애증이 끼어들고 권태와 변질의 낭떠러지가 눈앞에 당도하느니 아름다운 사랑의 등성이에 한나절 외줄을 타고 오르다 보면 거기엔 바람만 쓸쓸히 불고 바위틈엔 에델바이스 대신 이런 난해한 악마가 기다리고 있느니 사랑을 유리병 속에 담아 ..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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