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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계절 & 자연14

당시를 읽으며(김달진), 하늘의 달마저 창연히 서쪽으로 기운다. 당시(唐詩)를 읽으며 - 김달진 어젯밤 꽃 떨어지는 꿈 꾸었으니, 이제 봄이 바야흐로 지나가려 한다. 강물은 봄을 따라 말없이 흘러가고 하늘의 달마저 창연히 서쪽으로 기운다. 갈 길은 아득한데 이 지는 달빛을 밟으며 몇 사람이나 집으로 돌아갈까. 나는 그저 멀리 강 언덕에 늘어선 나무들만 무연히 바라본다. - '한 벌 옷에 바리때 하나' 중에서(민음사, 1990) 2023. 4. 17.
모란의 연(緣) - 류시화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 류시화 '모란의 연' 중에서 모란의 연(緣) - 류시화 ​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 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당신이 머뭇거리다 돌아선 기척만 알까요. 당신이 돌아간 뒤 사립문 밖까지 달려 나가던 발자국 소리를 모란이 모를까요. 바닥에 떨.. 2023. 3. 25.
벚꽃이 훌훌(나태주), 옷을 벗고 있었다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벗고 있었다 ... 나태주 '벚꽃이 훌훌' 중에서 벚꽃이 훌훌 - 나태주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벗고 있었다 그 눈부신 연분홍 빛 웨딩드레스 벗어던지고 연초록빛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겨울인가 싶더니 어느새 꽃 내음이 가득한 봄이 바람타고 귓볼을 간지럽히며 지나간다. 바람타고 오더니 바람따라 옷을 벗고 있었다. 벚꽃이 훌훌 봄 바람에 간지러운 듯 그렇게 하나 둘, 정든 가지를 떠난다. 마음의 정원엔 옷을 벗어 던진 연분홍 벚꽃이 가득이다. 2023. 3. 23.
풀꽃 - 나태주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나태주 '풀꽃' 중에서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나태주 시인 프로필 1945년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07년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뒤, 공주문화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2023. 3. 14.
봄이 왔다기에, 윤보영 그립기는 해도 그리운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내 안에 그대를 늘 담고 살기를 잘했습니다 윤보영 '봄이 왔다기에' 중에서 봄이 왔다기에 - 윤보영 봄이 왔다기에 문 열고 나갔다가 그대 생각만 더 하고 왔습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은데 더 그리워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대 생각이 봄이고 그대 모습이 꽃이었습니다 그립기는 해도 그리운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내 안에 그대를 늘 담고 살기를 잘했습니다 보고 싶고 그리운 그대, 매화꽃이 한창인 봄입니다. 봄이 오면 찾아온다더니 소식이 없네요. 따스한 그대의 온기가 스치는 봄바람에 묻어 오는듯 싶어, 뒤를 돌아보니 아~ 봄꽃이 어느새 하늘가득 분홍빛으로 가득합니다. 2023. 3. 7.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가 죽음의 터널을 지나 옹골진 나이테로 생명이 깊고 견고해져 새순을 내어야 봄인 것이다 .. 이상진 '인생도 겨울나무 같아야' 중에서 고난의 주름이 만들어져야 봄꽃 같은 면류관을 쓰는 것이다 인생도 겨울나무 같아야 - 이상진 내 모든 것을 주며 키워온 것들을 엄동설한에 아플까봐 곱게 단장하여 먼저 보내고 자기를 벗을 수 있었기에 맨살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우듬지의 노래로 참아내고 빙설(氷雪)의 눈물을 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으로 피워 옹골진 나이테로 자라는 겨울나무 네 외롭고 고단한 모습이 세상 아름다움이 되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예술가의 작품으로 철학자의 깊은 시선이 된다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가 죽음의 터널을 지나 옹골진 나이테로 생명이 깊고 견고해져 새순.. 2023. 2. 19.
하얀 겨울의 노래 - 오광수 강물이 추워서 서로 안으면 님이 부르시는 노래라도 멀리서 희미한 모습이라도 들리든 보이든 그날이라면 걸음 걸음 날으듯 저 강을 건너렵니다. ... 오광수 하얀 겨울의 노래 중에서 겨울에는 봄을 기다려서 좋습니다. 하얀 목련이 마당에 필 때면 조용히 잠자던 봄바람도 숨었던 화사한 꽃노래도 ... 하얀 겨울의 노래 - 오광수 겨울에는 하얀 눈이 있어 좋습니다. 하얀 눈꽃이 조용히 내리면 매섭게 설치던 찬바람도 아침에 보이던 산새들도 덩달아 가만히 숲으로 와서 사락 사락 노래를 들으며 쉬다 갑니다. 겨울에는 하얀 노래가 더 좋습니다. 두 손을 입에다 호호 모으고 가만히 혼자서 부르면 하얀 입김으로 피어올라 처마 끝 고드름 녹는 소리와 살랑살랑 박자를 맞추며 날아갑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려서 좋습니다. 하얀 ..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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