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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인생 & 희망

사는 이유 / 최영미

by 뿌리깊은나무N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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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

최영미 시인  '사는 이유' 중에서


사는 이유
-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거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
 
사는 이유를 묻는다면 머무는바 없이 바람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들리는 소리에 걸림이 없이 살고싶다.

한 생각 일으킬때 번뇌와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을..

인연따라 생겨나고 인연따라 사라질 뿐! 있고 없음의 분별의 경계를 넘지 않는다.

사는 이유는 그저 단순하고 가볍게 걸림이 없이 한잔의 술을 마시고 바람처럼 그렇게..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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