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시 Poem Life/계절 & 자연

모란의 연(緣) - 류시화

by 뿌리깊은나무N 2023. 3. 25.
반응형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

류시화 '모란의 연' 중에서

 

모란의 연 이미지 마음의 정원

 

모란의 연(緣)

-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 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당신이 머뭇거리다 돌아선 기척만 알까요. 당신이 돌아간 뒤 사립문 밖까지 달려 나가던 발자국 소리를 모란이 모를까요. 바닥에 떨어진 붉은 잎을 자세히 보지 않으셨군요. 심장 위에 포개어진 심장은 누구의 것이었을까요.

 

아무것도 아닌 소란이라 하셨나요. 둘만의 봄과 바꿀 수밖에 없는 둘밖의 봄이 있던 시절이었지요. 당신은 스무 날 하고도 몇 날 더 불탔다 하셨나요.

 

꽃이 지고도 한 계절 더 씨앗을 품고 있는 모란을 모르셨나요. 당신은 봄과 작별했다 하셨나요. 나는 아직도 봄으로 가고 있는 중인데요.

 

- 반칠환 시인

 

 

추운 겨울과 이별하고 봄은 다시 찾아 왔지만 우리의 봄이 였던  향기로운 봄은 겨울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 둘만이 알고 있던 봄은 잔인한 향기속에 묻혀 침묵처럼 봄과 작별하려 한다.

 

향기를 버린 그대는 침묵으로 내게 다가온다.

 

- 마음의 정원

 


 

류시화 시인 프로필

 

시인, 번역가. 1958년 충청북도 옥천군에서 태어났으며 대광고등학교, 경희대학교 졸업, 본명은 안재찬이다.

 

'류시화'는 안재찬이 작품상에서 쓰는 필명으로 현재는 이 이름을 고정적으로 사용한다. 이 필명만 보고 류시화를 여성으로 착각했다가 아저씨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는 사람도 있다. 프로필로 쓰는 사진에서는 오직 장발 스타일만을 고수하기에 더더욱 착각하기 쉽다.

 

들리는 여담으로는 같은 학교 선배의 본명을 허락받고 빌려 쓴 것이라고 한다. 그 선배는 '류시화'라는 이름이 이렇게까지나 유명해질 줄 몰랐다고 한다.

 

필생의 역작으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인디언 연설문집이 있다. 무려 페이지가 1000쪽 가까이 되는 백과사전급의 책이다. 그리고 수필 '나의 모국어는 침묵'은 미래엔의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등단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활' 을 통해서 데뷔했다. 원래는 본명으로 시 작품을 내었는데 1988년부터 류시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1991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1996년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2012년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펴냈다.

 

독자층에서는 필력이 좋은 평가를 받는, 대학생 및 젊은층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서점가에서 류시화의 시집은 물론 번역물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도 많다.

 

교보문고에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시집 판매 순위를 집계한 결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2005)이 1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1998)이 2위,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2012)가 5위에 올랐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선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마음챙김의 시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