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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사랑 & 행복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

by 뿌리깊은나무N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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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끝자락에서 해바라기 연가를 그대에게 보낸다.

▷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한 편의 시는 삶의 노래가 되고 이야기가 되어 강물처럼 흐른다.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내 생애가 한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 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이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은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 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기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의 시는 거꾸로 자라는 나무다. 뿌리는 하늘에 내리고 가지는 세상으로 뻗는다. 세상을 휘감아 돌다가 마음을 뚫고 깊은 데까지 지긋이 밀고 들어와 내 안의 욕망과 우울을 기도의 빛깔로 정화하는 것이다.

“내 생애가 한 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라는 구절이 그대로 삶이 되고 노래가 되기를 염원하며 삶의 먼 길을 걷는다. 그 길 위는 해바라기 연가가 메아리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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