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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계절 & 자연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 박노해, 안도현

by 뿌리깊은나무N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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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나는 울었다

벌거벗은 힘 하나로
나는 웃었다

...

박노해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눈보라 치는 겨울 숲 이미지 마음의 정원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나는 울었다

벌거벗은 힘 하나로
나는 웃었다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 박노해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나는 울었다

내가 이룬 것들은 눈처럼 흩날리고
내가 이룰 것들은 앞이 보이지 않고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벌거벗은 나무처럼 나는 울었다

가릴 것도 기댈 것도 없는
가난한 처음 자리에

내가 가진 하나의 희망은
벌거벗은 힘으로 살아있는 거라고

겨울나무의 뿌리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내가 할 일을 해나가는 거라고

눈보라 치는 겨울 숲에서
나는 울었다

벌거벗은 힘 하나로
나는 웃었다

 

 

눈내린 겨울 숲 이미지 pixabay

 

현재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때 겨울숲은 벌거벗은 나무처럼 느껴지는 세상속에서 내가 가진 하나의 희망은 벌거벗은 힘으로 살아있는 거라고 말한다.

겨울나무의 뿌리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내가 할 일을 해나가는 거라고..

가릴 것도 기댈 것도 없는 가난한 마음 자리에 따뜻한 소망의 불씨를 불붙게 해준다.

 

눈보라 휘몰아 치는 겨울 숲에서 벌거벗은 힘으로 나는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마음의 정원에 겨울 나무 하나 심고서..

 

 

폭설이 내린 나무 의자 이미지 마음의 정원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눈꽃 핀 겨울 나무 이미지 마음의 정원

 

나는 보았다
너무 많은 말들 품고 있느라 수척해진
겨울숲의 검은 침묵을

겨울 숲에서

- 이재무

겨울나무들의 까칠한 맨살을 통해

보았다, 침묵의 두 얼굴을

침묵은 참 많은 수다와 잡담을 품고서

견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겨울숲은 가늠할 수 없는 긴장으로 충만하다

산 이곳저곳 웅크린 두꺼운 침묵,

봄이 되면 나무들 가지 밖으로

저 침묵의 잎들 우르르 몰려나올 것이다

봄비를 맞은 그 잎들 뻥긋뻥긋,

입을 떼기 시작하리라

나는 보았다

너무 많은 말들 품고 있느라 수척해진

겨울숲의 검은 침묵을

 


눈내리는 겨울 숲에서 침묵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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