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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좋은 시 모음

목마와 숙녀 - 박인환

by 뿌리깊은나무N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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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박인환 시 선집>에 실린 좋은 시 한편

▶ 지상의 공간을 떠난 목마와 숙녀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희미한 의식의 잔해를 남길뿐..

▶ 삶과 죽음의 길에서 만나는 목마와 숙녀 박인환의 애절한 시

카톡 프사 배경화면 이미지 제작(그린비스토리)-목마와 숙녀 박인환 시

읽기 좋은 시 한편


생에 대한 불안과 시대적 슬픔이 배어있는 박인환 '목마와 숙녀' 좋은 시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삶에 대한 동정을 통하여

사랑과 삶의 애환을 담고 있는 시 한 편, 허무한 죽음을 통해 들여다보는 삶과 죽음!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부릅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목마와 숙녀 카톡 프사 메인 배경 용도로 제작 - 그린비스토리

박인환(朴寅煥)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

대한민국 시인. 본관은 밀양(密陽) 

1926년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상동리에서 면사무소 직원이었던 아버지 박광선(朴光善)과 어머니 함숙형(咸淑亨)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인제 공립 보통학교를 다니다가 부친과 함께 상경하여 경성 덕수 공립소학교(현 서울덕수초등학교)에 전학하여 졸업하였다. 이어 경기공립중학교에 진학하였는데, 재학 중에 교칙을 어기며 영화관을 출입한 것이 문제가 되어 중퇴하였다. 이후 한성 학교 야간부를 다니다가,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하였다.

부친의 강요로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8.15 광복으로 졸업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한 뒤 서울로 내려와 종로에서 마리서사(茉莉書肆)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절친이자 선배 시인 오장환의 낙원동 남만 서점을 해방 후에 물려받은 것이다. 여기서 아내도 만난다.

마리서사에서 많은 문학인들과 교류했는데, 박인환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도 반말하듯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무례하고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그 이유에서 였는지 김수영이 그를 유독 깠다... 

그 후 1955년 '박인환 선시집'을 출간했고, 이듬해인 1956년, 소설가 이상의 기일날 4일 간 폭음한 탓에 급성 알코올 중독성 심장마비로 29세에 요절했다. 

박인환은 이상의 기일 날 그를 기리는 시 "죽은 아폴론"을 쓴다. 그 시에는 이상의 기일이 3월 17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상의 기일은 4월 17일이다. 이것이 박인환의 실수인지, 4일 후 닥칠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일부러 틀리게 적은 것인지는 작가 본인만 알고 있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 시인의 생애 자료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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