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중에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즐거운 편지 해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는 시인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8세 때 연상의 여인을 사모하며 쓴 연애시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연인들에게 널리 애송되는 '즐거운 편지'는 영화 '편지'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는 시인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58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시로, 시인의 초기 대표작이다.
제목 '즐거운 편지'는 반어적인 표현으로,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보낼 수 없는 혼자만의 고백이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과 기다림의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주된 정서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화자는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일을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라고 표현하지만, 언젠가 사랑하는 이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사소함으로 그를 위로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낸다.
2연에서는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때의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겠다고 말하며 사랑의 영원성을 믿고 있다.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내리는 자연 현상의 순환을 통해 사랑 역시 그침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사랑의 영원성을 반어적 표현과 자연 현상의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애틋한 마음으로 노래하는 사랑은 반드시 그치겠지만..
무한 한 것 같은 시간의 유한(有限)함 속에. 기다림은 멈추지 않고 겨울을 지나 봄으로 다시 순환할 것이다. 언젠가는 순환이 멈출 것을 알기에 순환하는 동안 마지막 마음 자세를 생각한다. 기다림의 주체는 사라질지언정 그 마음은 남아 순환 할 것을 믿는다.
이 그리움은 긴 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꽃 피는 봄이 오더라도 이어질 것이다.

- 황동규
1938년에 평안남도 숙천에서 황순원 소설가의 맏아들로 출생하였으며, 1946년에 가족과 함께 월남하여 서울에서 성장하였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미국 뉴욕 대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즐거운 편지>를 포함한 시 3편이 서정주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1958년)하였으며,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김종삼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어떤 개인 날』『악어를 조심하라고?』『풍장』『버클리풍의 사랑노래』『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등이 있으며, 산문집 『겨울 노래』,『젖은 손으로 돌아보라』,『시가 태어나는 자리』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자료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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