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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 Poem Life/이별 & 슬픔

두견새가 되었다는 귀촉도 (서정주)

by 뿌리깊은나무N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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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촉도 설화
촉나라의 망제는 평소 자신이 신임했던 '별령'이라는 신하에게 배신을 당해 국외로 추방된다. 하루 아침에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난 그는 그만 화병을 얻어 타국에서 죽게 된다.
 
촉나라에서 쫓겨난 후 촉나라를 그리워 하다가 죽어서 새가 되었는데, 바로 그 새가 두견새라는 설화다. 사람들은 망제가 죽어서 귀촉도가 되었다고 믿었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
 
서정주 '귀촉도' 중에서
 

서정주의 귀촉도 이미지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서정주의 귀촉도

귀촉도의 울음소리에 사랑하는 님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투영하여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한'의 정서와 연관시켜 설화를 창조적으로 풀어낸 시라고 볼 수 있다.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사랑하는 님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이 귀촉도 울음소리에 마음속 눈물이 흐른다.
 
두견새 슬피 우는밤, 귀촉도 울음소리에 문밖에 홀로 나와 그대 생각에 한 없이 잠겨 있으니, 달빛도 슬퍼 구름속에 얼굴을 가리고 보이지 않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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