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 Poem Life/인생 & 희망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뿌리깊은나무N 2024. 10. 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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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중에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내 인생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은 어떤 길이며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은 어떤 길 이었을까..

길에서 길을 묻다.

 

 

 

 

굽이돌아 가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굽이 돌아가는 길’,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중에서

 

 

 


 

맞 잡은 두손 꼭 잡고 가는 것입니다.

생이 다 하는 날까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어둡고 험한 길 우리 함께 걸어갑시다.

생이 다 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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