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나무N 2024. 4. 5. 21:40
반응형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 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

 

류시화 '모란의 연' 중에서

 

 

류시화 - 모란의 연

 

 

당신으로 인해 모란은 속절없이 피고 지고..

 

 

 

모란의 연(緣)

-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 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류시화 / 모란의 연

 

-류시화 시인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 자료인용: yea2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