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 김용택
▶ 섬진강 유유히 흐르는 강물 바라보니 지난 추억 달빛 산빛 머금으며 나를 두고 홀로 흐른다.
▶ 섬진강에 깃든 김용택 시인의 서정적인 한편의 시,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곡이 담긴 섬진강 영상시 감상하기↓↓
섬진강 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 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섬진강 2 - 김용택
저렇게도 불빛들은 살아나는구나.
생솔 연기 눈물 글썽이며
검은 치마폭 같은 산자락에
몇 가옥 집들은 어둠 속에서 사라지고
불빛은 살아나며
산은 눈뜨는구나
어둘수록 눈 비벼 부릅뜬 눈빛만 남아
섬진강 물 위에 불송이로 뜨는구나
밤마다 산은 어둠을 베어 내리고
누이는 매운 눈 비벼 불빛 살려 내며
치마폭에 싸이는 눈물은
강물에 가져다 버린다.
누이야 시린 물소리는 더욱 시리게
아침에 올 때까지
너의 허리에 두껍게 감기는구나
이른 아침 어느새
너는 물동이로 얼음을 깨고
물을 퍼오는구나
아무도 모르게
하나 남은 불송이를
물동이에 띄우고
하얀 서릿발을 밟으며
너는 강물을 길어오는구나
참으로 그날이 와
우리 다 모여 굴뚝마다 연기 나고
첫날밤 불을 끌 때까지는,
스스로 허리띠를 풀 때까지는
너의 싸움은, 너의 정절은
임을 향해 굳구나
섬진강 3 - 김용택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 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 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 풀들의
몸 다 누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용택 시인
대한민국의 시인. 1948년 8월 26일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 진메마을 출생.
종교는 불교이다. 1982년 21인 신작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창작과 비평사)에 시 「섬진강」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그의 시 대부분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순창농업고등학교(현 순창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초등교원양성소 시험에서 합격, 1969년부터 약 40여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있었다가 2008년에 정년퇴임했다.
교직 생활 38년 중 무려 26년을 2학년 담임을 맡으셨다고 한다. 역시 콩을 깔 운명인가 보다. 교사 시절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하며 교사로서는 다소 엄격한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초임 시절 할부로 책을 파는 상인에게 시집을 사 읽으면서 시인의 꿈을 꾸었고 1982년 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섬진강》(1985), 《꽃산 가는 길》(1987), 《누이야 날이 저문다》(1988), 《그리운 꽃 편지》(1989), 《그대 거침 없는 사랑》(1993), 《강 같은 세월》(1995), 《그 여자네 집》(1998)이 있고,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 보라》(1994),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1997) 등이 있다.
7차 교육과정 문학 교과서와 2021수능특강 문학 298쪽에 그의 시 <섬진강 1>이 실려있다.
기계치로 유명하다. 김훈보다도 더 심할 정도.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 그의 시 <콩 너는 죽었다>가 뒤늦게 알려지게 되며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사실 스동갤에서 콩댄스 열풍이 불 때부터 이 시를 가사로 한 노래에 맞춰 황신을 춤추게 하며 까는 동영상도 있긴 했다.
하지만 훗날 더 어이없는 이유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 유명해지고 마는데... 자세한 것은 김용택 문서로.
인간극장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인간극장 마암분교(현 마암초등학교)에서 촬영한 《창우와 다희의 가을동화》편인데 이를 각색한 수필이 중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분교에서 탈출 정년 퇴임하였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에서는 비중있는 조연 김용탁으로 출연한다.
김용택 시인 자료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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